딥 하지만

딥 하지만 심플 한 된장국… 레시피 100개 불가능?

딥 하지만 심플 한 된장국… 레시피 100개 불가능?

딥 하지만 심플 한 된장국… 레시피 100개 불가능?

짜릿한 수상레저 부상 걱정 없이 즐기려면?

생긴 건 비슷해도 된장과 미소(일본 된장)의 속내는 다르다.

재료부터 차이 난다. 된장은 콩, 물, 소금만으로 만든다. 미소엔 콩 외에 쌀, 보리 등이 들어간다.

콩만 사용한 된장은 구수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다른 곡류가 당화되는 미소는 달콤하다.

발효에 쓰이는 균도 다르다. 미소엔 황곡균만 쓰인다. 된장에 특이한 고초균은 볏짚에 묻어나는 균이다. ‘고초’가 마른 풀이란 뜻이다.

처마에 메주를 달 때 괜히 볏짚을 쓰는 게 아니다.

된장의 매력을 ‘심플(simple)’과 ‘딥(deep)’으로 정리할 수 있을까. 단일한 재료, 오랜 숙성이 미소와의 결정적 차이다.

된장엔 또 긴 숙성 중에 고초균 말고도 자연에 존재하는 다양한 균들이 슬며시 침투한다.

우리 식으로 ‘구수하다’고 말하는 된장엔 그렇게 오묘한 발효의 깊이가 배어 있다.

된장국만으로 레시피 115개를?

그런데 미소의 다양성이 부러울 때도 있다.

일본 셰프가 쓴 《미소시루 한 그릇》(루비박스)이란 책을 들여다봤더니 우리 된장국에 해당하는 미소시루를 115개 레시피로 펼쳐 놓았다.

‘된장국 레시피 115개가 가능해?’ 반신반의하며 재료를 들여다보니, 잡다하다 싶으면서도 살짝 부럽다. 거칠게 갈아낸 당근이나 연근을 넣기도 하고,

반숙한 달걀 프라이를 국 위로 띄우기도 한다. 방어와 고등어를 토막 내 구운 뒤 넣고, 닭고기와 고수로 맛을 내기도 한다. 심지어 토마토를 듬뿍 넣은 미소시루도 있다.

레시피가 많다고 훌륭한 음식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의 된장국들만으로도 우리 눈은 충분히 즐겁고,

우리 몸은 충분히 건강하다. 우리가 흔히 만들어 먹는 시금치 두부 된장국만 해도 그렇다.

푸근하게 연한 갈색의 된장국 속엔 흰 두부가 수줍게 숨었고, 그 위론 빛바래서 더 보기 좋은 시금치가 편한 모습으로 떠 있는 중이다.

영양

그렇게 간소하게 끓여 먹는 된장국은 영양의 보고이기도 하다.

된장이란 게 미생물들이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니, 콩에 비해 단백질 흡수율이 높다.

콩으로 만든 두부가 가세하니 단백질 챙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시금치의 철분과 비타민A는 빈혈과 노화를 막아준다.

된장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멜라노이딘 성분은 항산화에 좋다고 한다.

된장국도 다양화하는 중이다. 시금치, 감자, 미역, 냉이, 버섯, 배추, 근대, 애호박, 소고기 등 전통적 재료 외에 다양한 식재료들이 된장국에 ‘과감하게’ 들어간다.

상추와 열무를 넣어 맛을 낸 된장국도 보았고, 톳으로 바다의 향을 낸 된장국도 보았다.

그래도 무언가 심리적인 벽을 넘지 못한다는 느낌이 조금은…. 미소시루를 좇아야 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 식으로 만든 고등어 된장국, 방울토마토 된장국, 닭가슴살 된장국을 기대 못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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