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슬으슬 감기 떨칠 한방약 갈근탕 vs 인삼패독산 뭘 먹을까
으슬으슬 감기 떨칠 한방약 갈근탕 vs 인삼패독산 뭘 먹을까
감기 초기엔 병원에 가기가 애매하다. 이럴 때 약국에서 감기약을 사 먹으면 금방 낫곤 한다.
초기 감기를 잡는데 자주 쓰이는 한방 감기약으로는 ‘갈근탕’과 ‘인삼패독산’이 있다.
어떤 경우에 어떤 약을 먹는 게 좋을지, 일반의약품연구회 오인석 회장(약사)과 대한한의사협회
전 홍보이사인 김지호 한의사(청연한방병원 원외탕전실)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갈근탕·인삼패독산, 발한 작용으로 감기 몰아내
갈근탕은 ▲갈근(칡뿌리) ▲계지 ▲마황 ▲작약 ▲감초 ▲생강 ▲각 ▲대추 등이 들어간 한약이다.
마황과 갈근은 몸 표면에서 땀이 나게 해 열이 떨어지도록 하고, 갈근·작약·감초는 뭉친 근육을 풀어준다.
계지·생강·대추는 몸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대사 작용이 원활해지게 돕는다.
땀을 내서 몸 표면에 머무르는 차갑고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게 갈근탕의 기본 원리다.
초기 감기에 자주 쓰는 또다른 한방약, 인삼패독산은 어떨까.
인삼패독산은 ▲인삼 ▲시호 ▲전호 ▲강황 ▲독활 ▲지각 ▲질경 ▲천궁 ▲적복령 ▲감초 등으로 만들어진다.
시호·천호가 해열작용을 하고, 강황·독활은 발한 작용을 돕는다.
질경·감초·지각은 기침을 완화하는 진해작용을 하며, 몸에 부족한 기운은 인삼이 보충한다.
허약 체질인 사람의 기운을 보충하고 몸살을 완화하는 데 좋다.
약국에서 판매되는 갈근탕과 인삼패독산은 과립 형태가 많다.
한약은 탕약으로 먹는 게 제일이란 고정관념이 있는데, 과립약의 효과가 탕약보다 떨어지는 건 아닐까.
김지호 한의사는 “대부분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과립과 탕약은 그 효과와 안전성 측면에서 차이가 없다”며
“다만, 갈근탕과 인삼패독산의 주요 기전인 ‘발한’을 돕기 위해 복용 후 따뜻한 음식을 먹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탕약을 따뜻하게 섭취하는 것이 약의 작용을 도울 순 있다”고 말했다.
허약 체질에 카페인 민감하면 ‘갈근탕’ 부적합할 수도
갈근탕과 인삼패독산은 둘 다 땀을 낸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물론 조금의 차이는 있다. 몸이 허약하고, 감기로 기력이 없는 상태라면 갈근탕보다 인삼패독산을 먹는 게 나을 수 있다.
갈근탕은 약효가 센 편이다. 기운이 없으면 몸이 약을 감당하기 어렵다.
김지호 한의사는 “갈근탕은 인삼패독산보다 약성이 강하므로 체격이 좋고 체력이 뒷받침되는 환자에게 적합하다”며
“감기 탓에 기운이 없거나 체력이 떨어져 있고, 평소에 허약한 사람은 인삼패독산이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몸 상태만 괜찮다면 갈근탕을 먹는 게 나을 수 있다.
오인석 약사는 “평소에 체력이 좋던 사람이 감기 탓에 갑자기 목덜미가 뻣뻣하고,
근육통·두통이 있고, 오한이 느껴지는 상태라면 갈근탕이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했다.
평소 카페인을 섭취할 때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는 사람도 갈근탕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마황엔 교감신경 흥분물질인 에페드린이 들어있는데,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은 에페드린에도 민감할 가능성이 있다.
김지호 한의사는 “커피를 마시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람은 마황이 들어간 약이 안 맞을 수 있다”며
“물론 모든 경우에 그런 것은 아니며, 마황이 들어간 약을 한두 포 먹었다고 바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그래도 본인의 상태와 체질에 맞는 약을 고르려면 한의사·약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감기 몸살로 식은땀이 날 땐 갈근탕이든 인삼패독산이든 조심해야 한다.
두 약 모두 발한 작용을 하는 탓에 식은땀이 날 때 먹으면 오히려 몸이 축날 수 있다.
감기가 생긴 지 오래됐을 때도 적합하지 않다.
오인석 약사는 “갈근탕과 인삼패독산 모두 감기 기운이 느껴진 지 1~3일 내로 쓰는 약이므로
증상이 나타난 지 오래된 사람에겐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통소염제와 함께 복용 가능, 한의원 처방약도 있어
갈근탕과 인삼패독산의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들은 감기 기운에 근육통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해열제나 진통제 등 양약을 함께 복용해도 되는 걸까.
오인석 약사는 “환자에게 갈근탕과 함께 비스테로이드소염진통제(NSAID)등 소염진통제를 함께 처방할 때가 많다”며
“두 약을 같이 먹으면 증상이 더 빨리 완화된다”고 말했다.
갈근탕과 인삼패독산 말고 ‘쌍패탕’도 감기몸살 치료에 효과적이다. 쌍화탕과 패독산을 더한 한약이다.
패독산이 감기를 낫게 한다면, 쌍화탕은 몸에 영양분을 보충하고 전신 근육통을 개선한다.
다만, 이 약은 일반의약품으로 출시돼있지 않아 한의원에서 처방받아야 한다.
갈근탕과 인삼패독산도 한의원에서 처방받을 수 있다.
일반의약품으로도 출시돼있고, 보험 적용이 가능한 ‘한방건강보험약’으로도 나와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방건강보험약은 일반적 환자를 대상으로 미리 만들어진 기성품이다.
따라서 본인의 전신 상태를 고려해 특화된 처방을 받고 싶다면, 한의사와 상담해 어떤 한약재를 추가하고 뺄지 결정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