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 경고 효과 떨어지자 내놓은 방안
담뱃갑 경고 효과 떨어지자 내놓은 방안
담뱃갑 겉면에 붙는 경고 그림과 문구가 한층 자극적이고 강렬하게 바뀔 예정이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 및 그 시행령에 따른 조치다.
그러나 담배판매량이 증가하는 등 담뱃갑 경고 그림·문구의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표가 나오고 있어 추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안질환·말초혈관질환 추가, ‘폐암’은 ‘폐암으로 가는 길’로 변경
3일, 보건복지부는 담뱃갑 포장지 경고 그림 등 표기 내용(보건복지부 고시) 개정안을 오는 6월 1일까지 행정예고 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국민건강증진법상 현행 제4기 담뱃갑 건강 경고 적용이 올해 12월 22일에 종료됨에 따라 제5기 경고 그림·문구를 선정하고자 마련됐다.
새 경고 그림·문구는 국내·외 연구 결과, 추진 사례 분석 및 대국민 표본 설문조사 등에 기반해 선정됐다.
올해 12월 23일부터 2026년 12월 22일까지 적용된다.
기존 임산부 흡연, 조기 사망에 관한 경고 그림 대신 안질환이나 말초혈관질환 등 질병을 추가함으로써 건강 피해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기존에 ‘폐암’, ‘후두암’, ‘성기능 장애’ 등의 단어 표현은 ‘폐암으로 가는 길’, ‘후두암으로 가는 길’, ‘성기능 장애로 가는 길’로 바뀐다.
전자담배(궐련형·액상형)의 경우 경고 그림 주제를 1종에서 2종으로 늘리되 경고 문구는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담배판매량 계속 증가… 흡연자들 내성 생겨서?
담뱃갑 경고그림과 문구는 2016년 12월 23일에 도입됐다.
그리고 그 이후 담배판매량은 확실히 감소한 것으로 확인된다.
기획재정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엔 36억6000만 갑, 2018년 34억7000만 갑, 2019년 34억5000만 갑이 팔렸다.
성인 흡연율 역시 2008년 27.8%에서 2018년 22.4%, 2022년 17.7%로 감소했다.
그런데 담배판매량은 다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19년까지는 감소했지만 2020년에 35억9000만 갑이 팔리면서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2022년엔 36억3000만갑, 2023년엔 37억4300만갑이 팔리면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흡연자 수는 줄었지만 기존 흡연자들이 담배를 더 많이 사고 있는 셈.
흡연자들은 담뱃갑 경고 그림·문구에 내성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심리학에는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어떠한 재화를 소비할 때 얻는 만족감을 수치로 나타내는 개념인데 보통 재화의 소비량이 증가할수록 만족감은 감소한다.
이 법칙처럼 경고 그림과 문구의 효과도 노출 기간이 늘어날수록 줄어들 수 있다.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21~65세의 흡연자 357명을 3개월간 추적 관찰한 결과, 담뱃갑 경고 그림은 금연 의지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약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의 저자는 혐오스러운 이미지가 단기간 금연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둔감해지는 걸 막기 위해 다른 전략이 더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젊은층은 질환 대신 경제적 손해 암시
정책 효과를 높이려면 경고 그림·문구의 대상을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젊은 흡연자들은 궐련형 등 전자담배 사용률이 높다.
이들은 질환 관련 경고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하기 때문에 질환 묘사보단 경제적인 손해를 암시하는 게 효과적인 경고 수단이 될 수 있다.
또 청소년은 어떤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으면 더 하고 싶은 심리가 강하다.
담뱃갑의 경고를 무시하는 걸 일탈 행위로 인식해 즐길 수도 있다. ‘노담 캠페인’처럼 연령대별 특성에 맞는 전달 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